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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롯데손보 '시끌'…보험사에 약한 사모펀드복잡한 회계·리스크관리 체계에 사모펀드도 고전 분석
딜사이트 2025/06/05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 사모펀드(PEF) 품에 안긴 보험사들이 실적 개선에 실패하고 자본건전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ING생명 성공 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보험업계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험업은 금융업 가운데서도 수익 구조가 복잡하고 리스크관리도 까다로워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선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은 '사모펀드'라는 공통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MG손해보험은 2022년 JC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둔 상태에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MG손보는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여러 번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가교 보험사 설립을 결정하고 MG손보의 보험계약을 5대 대형 손해보험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한 뒤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적자 전환과 자본건전성 저하로 인해 매각 가능성에 물음표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말 경과조치 후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은 119.93%로 지난해 말보다 30%포인트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더욱이 롯데손보의 경우 자본건전성 악화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인데 지난달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미이행으로 시장 신뢰에 타격을 입으면서 자본조달 여건은 한층 더 나빠졌다.
눈길을 끄는 건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 이후 보험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모펀드는 늘어났지만 추가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성공도 보험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다기보다 매도 시점에서 자본시장 환경이 워낙 좋았던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선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합병(M&A)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업은 사모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삼는 다른 금융업과 비교해 경영이 쉽지 않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단 회계와 리스크관리 체계가 복잡하다. 실제로 MBK파트너스의 경우 ING생명 대주주로 있을 때 최소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열었는데 관련 용어나 체계를 이해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이행 사태를 두고서도 대주주 JKL파트너스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자본성증권 발행과 상환을 통한 자본건전성 관리는 보험사의 기본 업무인데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달 8일 5년 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 요건(후순위채 상환 후 지급여력비율 1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고 곧바로 콜옵션 행사 보류로 결정을 바꿨다.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도 ING생명 후속 성공 사례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사모펀드는 대규모 운용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껴 보험사를 인수하지만 실제는 이와 크게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컨대 투자사업은 사모펀드의 전문 분야이지만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객에게 수십 년 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산도 그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후순위채 콜옵션 미이행은 양보하고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일정 재조정과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것은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며 "대주주 변경 이후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의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과 투자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확고한 이익체력을 갖춘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ckck@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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